호러 게임을 발전시키는 10가지 방법

저자가 호러 게임 암네시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고 호러 게임을 발전시키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공포가 아닌 다른 정서를 목표로 하는 게임에서도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입니다.


원문: 10 Ways to Evolve Horror Games

2012년 4월 / 토마스 그립 (암네시아 개발사 프릭셔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문

대략 10년 전에는 사일런트 힐(1999)과 령 제로(2001), 사이렌(2003)을 비롯 흥미롭고 획기적인 호러 게임이 많이 나왔다. 그 이래로는 호러 게임 장르에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발전도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정확히 무엇을 해야 게임에서 호러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호러 게임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줄 방법 10가지를 소개해본다.

1) 평범성

보통 대부분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뭔가 기묘하고 아주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을 시작한다. 우리 게임인 암네시아의 스토리는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고딕 성에서 깨어나며 시작한다. 아주 쉽게 관계 지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어떤 게임들에서는 플레이어가 무슨 비밀 요원이고 으스스한 마을 같은 데 갇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모두 평범하지 않고 소수만이 처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다른 매체의 많은 좋은 호러물은 아주 평범하게 시작한다. 독자/관객들이 자신과 강하게 관계 지을 수 있고 자신의 삶과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는 기반을 세운다. 호러 게임은 친숙한 상황을 확립하고 나서 천천히 호러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게임의 가상 세계 안에만 존재하는 공포가 아닌, 현실까지 닿는 공포가 목표다.

2) 긴 조성

대부분 게임은 가능한 빨리 액션을 시작한다. 심지어 질질 끄는 도입부를 가진 사일런트 힐 2 같은 게임조차도 아주 초반부터 호러 요소를 도입한다. 문제는 정말 높은 수준의 공포는 짧게 폭발시키는 정도로 밖에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플레이어가 대비할 것이 많을 수록 느끼는 정점의 강렬함도 커진다. 영화 링(일본판)이 가장 좋은 예다. 초반부터 호러를 보여주고 시작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 전체가 마지막 무서운 순간을 위한 하나의 긴 분위기 조성이다. 호러 게임은 이런 걸 좀 더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두 가지 일반적인 특성을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반복 가능한 핵심 메커닉에 대한 의존을 크게 줄여야 한다. 플레이어가 실제 호러 요소와는 상대하는 순간을 가능한 적게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두 번째로, 모든 것이 한 번(혹은 몇 번)의 공포 정점에 집중될 수 있도록 게임 길이를 줄여서 세 시간 이하의 경험에 만족해야 한다.

3) 의심

많은 좋은 호러 스토리는 현상의 실존 여부를 의문하게 한다. 주인공이 정말로 유령을 보는 것일까? 아니면 마음의 영향일까? 영화와 책 같은 매체는 현실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물론 그걸 유지하는 게 항상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지만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독자적인 규칙과 개체를 지닌 가상 세계에 존재한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무엇이든 그 실존 여부를 의심하게 될 여지가 적다. 이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지만 앞서 이야기한 평범성과 긴 분위기 조성을 받아들이는 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현실”에 관계 짓게 하고 그 관념을 정립할 시간을 충분히 들인다면 가상 세계의 모든 특징을 현실과 비교하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유령이든 괴물이든 뭐든 그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 또 정신 수치 시스템 같은 게 효과를 볼지도 모르지만 이전에 다른 게임들이 했던 시도보다 더욱 섬세하게 만들어야 한다. 플레이어가 그것을 게임 시스템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마음의 성질로 보아야 한다. 이는 쉽지 않지만 쉽지 않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4) 최소한의 전투

이건 이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다시 한 번 이야기할 만 하다. 전투의 가장 나쁜 점은 플레이어가 잘못된 부분에 집중하게 만들고, 효과적인 분위기에 너무도 중요한 미묘한 단서들을 놓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핵심 게임 시스템을 정립해서 플레이어가 게임 세계를 훨씬 편안하게 느끼게 되어버린다. 강렬한 공포감을 유도하려는 데 편안함은 원치 않는 손님이다.

그래도 전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고 무력감을 느끼게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에게 효과가 없는 무기를 준다면 상황의 절박감은 더욱 높아진다. 하지만 무기를 보여주면 플레이어가 즉시 액션 게임의 마음가짐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무기와 전투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엮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알맞은 균형을 찾는 일이 미래의 호러 게임에서 큰 도전이다.

5) 적 넣지 않기

플레이어를 기다리는 위협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 말은 어떤 생명체든 “적”으로 생각하며 게임에 넣는 일을 그만 둬야 한다는 뜻이다. 적이라는 단어는 호러 게임에서 중점이라 할 수 없는 전쟁과 물리적 대립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생명체가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이유를 덜 생각하게 만든다. 손쉽게 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놓고 아무런 고민도 없이 파괴하거나 피하기만 하게 된다. 그게 바로 전쟁이다.

대신 그런 생명체들을 가상 세계의 거주자로 생각하고 단순히 거기에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렇게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줄 새로운 깊이를 게임에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적대자를 어떤 목적이 있는 계산적이고 지적인 존재로 정립할 수 있다면 그것과 조우하는 강렬함이 늘어나고 공포를 훨씬 강하게 만들 수 있다.

6) 열린 세계

호러 게임이 GTA 같은 샌드박스 경험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이동의 자유를 더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부분 호러 게임은 매우 엄격한 경로를 배치해서 플레이어가 따라가게 한다. 심지어 탐험할 세계가 사일런트 힐 만큼이나 큰 게임들도 그렇게 한다. 그 대신 플레이어가 특정 지역을 넘길 수 있고 자유롭게 세계를 오고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플레이어가 현실 세계에 있다는 느낌을 늘리고 그와 연관된 감정을 증폭한다. 또한 평범성을 이룩한다는 목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강요된 구조가 없이 더 열린 세계가 있다면 일상의 감각을 주기 더 쉬워진다.

7) 능동감

호러 게임은 플레이어가 호러의 현장에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다른 매체, 특히 호러 장르는 이걸 성취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거의 자동으로 따라온다. 그런데도 많은 호러 게임이 이런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온갖 방식으로 능동감을 파괴하며 낭비한다. 현재 가장 큰 원흉은 컷씬이다. 플레이어의 행동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는 무서운 순간에 조작을 앗아가는 컷씬은 특히 그렇다. 또 다른 문제는 위에서 이야기한 열린 세계와 관계가 있는데, 지속적으로 어디로 가서 무얼 해야 하는지 플레이어에게 떠 먹여 주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모든 행동에 관여하도록 해야 한다. 흔히 통제권을 빼앗아 (컷씬으로 대체되는) 장면들이 호러 경험의 중대한 측면인 경우가 많다. 가능하다면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어야 한다.

8) 반영

게임은 어느 매체보다 책임감을 잘 부여할 수 있다. 화면 상에서 주인공이 어떤 일을 저지른다면 플레이어가 그 일부가 된다. 이로써 게임 자체가 플레이어를 반영하고 플레이어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 수 있다. 과거에 이런 것들을 시도한 게임들이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윤리적 선택이라 불리는 것들이 게임에 흔히 나오지만, 미리 규정된 선택지(A 아니면 B 아니면 C)로 나오거나 게임 역학에 연결(플레이어가 최고의 스탯을 얻기 위한 선택으로 변질)되면서 해가 된다. 나는 정말 플레이어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느낄 만큼 선택이 훨씬 더 유기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강력한 능동감을 이루어야 하고, (열린 세계에서 말한 것처럼) 플레이어가 정말 자신의 선택이라고 느껴야 한다.

또한 이것이 단순히 플레이어의 윤리를 시험하는 것보다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를 매우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하고 인간 존재로서 자신을 숙고하게 만들 수 있다. 게임이 플레이어를 이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정신 상태로 유도할 수 있다. 다른 매체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선과 악과 비슷한 주제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다. 종국에 정말로 개인적이고 섬뜩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9) 함의

정말로 호러를 불러오는 요인은 그것이 현실의 삶에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을 때다. 링이 이루어낸 TV 세트가 주는 공포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러브크래프트의 이야기들이 그리는 암울하고 구역질 나는 세계일 수도 있다. 게임에서 그런 요소들은 거의 전적으로 누락되어 있고, 다시 여기서 이야기한 다른 항목들과 관계가 있다. 그 중에서 아마 평범성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우리가 평범성을 이룩할 수 있다면 게임 안의 것들을 일상에 엮기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이런 함의를 성취한 게임은 플레이어가 컨트롤러를 내려 놓은 지 한참 지난 후에도 플레이어의 마음 속에 남는 것이 되면서 호러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10) 인간적 상호작용

마지막은 가장 어려운 부분일지도 모른다. 인간 드라마를 게임의 행동에 가져오는 것이다. 다른 매체 호러 대부분은 현상과 상황이 아닌 그것이 사람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한다. 엑소시스트와 샤이닝이 훌륭한 예다. 하지만 게임은 여전히 주된 행동이 생명력 없는 대상이나 두뇌가 없는 적을 주변으로 이루어진다. 플레이어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 직접 연결되게 함으로써 호러는 더욱 더 개인적이고 강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이루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이게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의 문제고 플레이어의 상상력에 큰 부담을 지워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완전하게 (적어도 그렇게 보일 정도로) 감성을 지닌 인간 존재를 시뮬레이션하는 건 정말로 어려운 문제다. 대화 나무 같은 단순한 해법은 뻣뻣하고 조립된 느낌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책이나 영화를 모사하려 하지 말고, 가령 이코처럼 단순한 행동들을 기반으로 모호하게 암시하는 길로 가야 한다. 정확한 해법이야 논의의 여지가 열려 있지만, 어떻게든 그 성공에 다가가는 길은 더욱 큰 호러 경험으로 이어질 것이다.


암네시아의 개발사 프릭셔널 게임즈는 현재 SF 호러 게임 소마를 개발 중입니다.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