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개발자가 다큐와 BDSM에서 엔지니어를 위한 심리치료사의 길을 걷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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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7일, 뉴멕시코 주 알라모고도의 사막의 E.T. 발굴 현장에서 E.T. 패키지에 사인하는 하워드 스캇 워쇼. (사진 출처: ABC)

2012년 5월 킬 스크린에 실린 E.T. 개발자 하워드 스캇 워쇼 인터뷰입니다.

하워드 스캇 워쇼는 아타리 명작으로 불리는 야스 리벤지와 사상 최초의 영화 원작 게임인 레이더스: 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의 디자이너기도 합니다.


2012년 5월 23일 / 제이슨 존슨

아타리 2600용 E.T.는 역대 최악의 게임으로 여겨진다. 1983년에 혼자서 비디오게임 산업을 쓸어버렸고, 최초의 대규모 게임 회사였던 아타리의 폐업을 이끌었고, 수백 만 아이들의 크리스마스를 망쳤으며, 이후 팔리지 않은 패키지 수백 만 장이 사막에 묻혔다는 평판을 지니고 있다. “굉장히 나쁜 게임이다”라는 평과 “너무 나빠서 새로 탄생한 매체를 거의 죽여 놨다”라는 평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고 E.T.는 그 선을 넘은 게임이다.

거의 30년이 지나 우리는 E.T.의 유일한 프로그래머이자 디자이너인 하워드 스캇 워쇼를 만나 사건이 그의 삶에 미친 영향을 들어보았다. 그는 오랜 시간 자신이 다음에 할 일을 찾아 다녔고, 영화 제작과 BDSM에 손을 댔으며, 디지털 시대의 치료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무거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죄송하지만 E.T.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좀 넘는 정도였다던데요. 당시 작업 조건은 어땠나요? 지옥이었나요?

거의 그랬지. 쉴 틈이 없었어. 실제로 개발 시스템을 하나 내 집으로 옮겨다 놨었어. 직장과 집을 오가면서 그냥 계속 만들기만 했지. 지독한 5주였네. 혁신도 시도했었어. 가능한 것 이상을 하려고 했었지. 상당히 괜찮은 게임…어, 상당히 괜찮은 게임의 근간을 만들었어. 조정을 거칠 시간이 없었고 그게 불행이었지. 사상 최악의 게임이냐고? 아닐 거야. 사람들이 E.T.를 “사상 최악의 게임”이라고 부르면 재밌어. 난 그냥 “음, 그건 그냥 나쁜 게임이야”하는 쪽이야.

E.T.는 1983년 비디오게임 몰락에 기여한 요인의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데요. 정당한 평가일까요?

게임 하나를 가리켜서 “그래, 이거야. 이게 바로 산업을 무너뜨렸어,” 이렇게 말하는 건 쉽지. 나에게 그 정도 힘이 있다는 생각, 8k 코드로 십억 달러 산업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생각은 재미있지만 정당한 평가 같진 않아. 큰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에겐 이유가 필요한 법이고 E.T.는 딱 집어서 “이거 참 큰 실패였다. 얼마나 구린가 좀 보라고” 말하기 쉬울 정도로 눈에 띄니까.

사람들이 팩맨 이야기는 안 해.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잃었고 더 큰 분노와 실망을 안겨준 아타리 2600 팩맨. 성공을 거둔 아타리의 사업 방식이 고압적이었다는 사실도 말 안 해. 그 사람들은 배급처들이 재고를 떠안아야만 인기 제품을 주는 식으로 정말 악질적인 짓들을 많이 했어. 상황이 아타리에게 나쁘게 돌아가니까 모두들 등을 돌린 거지.

E.T. 때문에 아타리에게 무슨 압력을 받았나요?

별로. 회사에선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었어. 계약을 한 건 자기네들이니까. 2,200만 달러를 주고 판권 계약을 했어. 터무니 없었지.

라이선스에 2,200만 달러를 줬다고요?

E.T. 비디오게임 권리에 2,200만 달러를 줬어.

맙소사.

그 사람들은 그냥 콜레코를 꺾으려고 했던 거야. 멍청한 짓이었지. 대작은 자기들이 해야 한다는 자존심이 있었어. 그래서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고 너무 적은 시간을 남겨둔 거야.

83년에 비디오게임 시장이 무너졌지요. 개인적으로도 좋은 끝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정신적으로 극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나요?

넘어설 시간이 필요했어. 84년에 트라미엘로 바뀌고 잠깐 있다가 아타리를 떠났거든. 그 변화가…그냥 더는 있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버렸어. 내가 극복해야 했던 것은, 학교에서 갓 나온 젊은이로서, 딱 내가 하고 싶었던 일, 실시간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어 프로그래밍, 그 정말로 매력적인 일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 일이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 성공, 돈으로 이어진 경험 전부였어. 그런데 그게 다 사라지고 무너져 버린 거야…

나한테 아타리는 궁극의 그랜드 슬램이었어. 그게 무너졌고 이제 그런 곳은 또 없었던 거지. 그냥 없었어. 그 짧은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것을 성취했는데 다 그냥 사라져 버린 거야. 그건 상당히 극복하기 어려웠어.

그때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서 앞으로의 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많이 찾아 헤맸지. 돈 문제가 정말 컸어. 세금 문제로 정말 많은 돈이 사라졌거든. 내가 하고 싶은 걸 찾는 여정이었어. 부동산 브로커 자격도 땄어. 게임 쪽을 하다가 안 하다가, 다른 업계 일을 하다가 안 하다가.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 글도 좀 썼고 사진도 좀 찍었고. 영화 제작을 했어.

그러다 결심을 하는 시기가 왔어. 있잖아, 뭐 계속 하는 일이 없었거든. 정말로 하고 있는 일은 없었는데, 뭔가 더 긍정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 생각해보니 치료사가 정말 되고 싶었던 거야. 친구들 중에 문제가 있을 때 나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이었거든. 그래서 학교에 갔지. 막 캘리포니아에서 치료사 자격에 필요한 3,000시간을 끝냈어.

그거 대단한 업적인데요. 그런데 그 이야기 전에 당신이 만든 영화 중 하나인 바이스 앤 콘센트에 대해 물어보고 싶습니다.

바이스 앤 콘센트는 샌 프란시스코의 BDSM 또는 “킹크” 커뮤니티를 다룬 다큐멘터리야. 다른 성표현에 대한 다큐지. 샌 프란시스코는 그런 커뮤니티의 수도 중 하나야. 내 가장 가까운 친구가, 몇십 년 동안 알아온 친구가 그쪽에 있어서 흥미가 생겼지. 그쪽과 교류하면서 그쪽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어. 나는 내가 꽤 개방적인 사람, 멋대로 판단 내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음, 그 친구한테 들었던 이야기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크게 달랐어.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생각했던 거지.

나는 숨겨진 진실이나 잘못 알려진 것들,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있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해. 여기에는 섹슈얼리티도 있었고 나 자신도 그런 쪽에 호기심이 갔어. 이 다큐 제작이 그런 다양한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 다큐멘터리를 찍다 보니 나는 내가 생각보다 BDSM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 실제로 관심이 갔던 것은 거기에 연관된 사람들이었지. 정말 멋진 사람들이었으니까. 아타리와는 다른 식으로. 아타리도 멋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여기에도 범상치 않고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 생각보다 활동 자체에는 빠져들지 않았지만 내가 정말로 존중하는 친구들을 많이 찾았지.

사람들이 BDSM을 오해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BDSM 커뮤니티에 대한 오해는 정말 크지. 특히 SM을 두고 사람들은 고통과 체벌, 고문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사실은 신뢰와 일치, 친교, 무엇보다 엔돌핀이야. 사람들은 참여자들이 모두 괜찮도록 자기들이 할 일을 확실하게 협의하고 정확히 이야기해두지. 진행하면서 파트너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전하고 통제된 활동이 되도록 만전을 기해. 여러가지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있어서 실제보다 극단적인 활동처럼 보이긴 하지. 그게 스릴의 하나야. 그런데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게 사랑을 나누는 방식이라는 점이야.

이 사람들은 자기가 지닌 성 표현의 종류가 다른 거지. 많은 사람들이 30년 전 게이 세계를 말하는 것처럼 BDSM 세계를 말해. 사람들이 게이가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면서 게이 세계는 많이 좋아졌잖아. BDSM 커뮤니티는 아직도 그 싸움을 하고 있어. 까다로운 일이지. 그 사람들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게 아냐. 마찬가지로 그런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함께 즐길 뿐이야. 그런데 모두들 그게 잘못되었다고, 그런 짓을 하니까 잘못이라고, 그 사람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하잖아. 참 살아가기 어려운 곳이야.

그 부분이 치료사 활동에서 당신의 전문 분야인가요?

그렇지. 나한테는 여러가지 전문 분야가 있어. 주 분야는 기술 쪽 사람들이야. 인간 관계에 문제가 있는 엔지니어들과 이야기하지. 인간 관계를 좋아하는 엔지니어들은 참 드물어. 컴퓨터 쪽에는 사람을 피하는 사람들이 많아. 어떤 엔지니어들은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어. 나는 한때 엔지니어였고 지금은 치료사로서 그런 사람들과 접점을 맺고 이야기를 할 수 있지.

많은 엔지니어들이 치료사들에 거부감을 느껴. 보통 치료사들은 엔지니어들을 기운 없고 괴상하고 현실 감각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민감하고 현실을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엔지니어들과 엔지니어처럼 치료를 진행하니까. 엔지니어들에게는 엔지니어의 은유를 주지. 마음을 시스템으로 말하고 작동법을 이야기해주면 그 사람들은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어. 효과가 굉장히 좋아.

그런 사람들은 수줍은 건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요?

사람이 사람과의 관계를 피하고 싶어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어. 과거의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공포증으로 나타나는 반응일 수도 있어. 수줍어서 그럴 수도 있지. 자폐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사회성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온갖 다양한 면들이 있어. 그런 행동을 하는 데는 각자 다양한 이유가 있지.

이 직업의 어떤 면이 그런 사람들을 끌어오나요?

예전에는 회계사와 보험계리사였지. 그게 사람을 잘 대하지 못하는 사람의 전통적인 스테레오타입이었어. 거기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어 젖혔어. 컴퓨터는 전혀 사람 같지 않으니까. 컴퓨터는 일관되고 믿을 만한 피드백을 주지. 상대 따라서 마음을 바꾸지도 않아. 정치 놀음도 하지 않고. 그냥 할 일을 할 뿐이지.

또 프로그래밍이 굉장히 돈을 잘 버는 직업이 되었잖아. 프로그래머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사회 관계에서 매력적인 사람들로 떠올랐는데, 그 사람들이 항상 어울리지는 못하니까. 기술 쪽에 있는 사람과 다른 성표현에 있는 사람들은 꽤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그런 건 전혀 예상 못 했겠네요.

대안 성표현 커뮤니티에서 한 가지 사람들이 정말로 하고 싶어하는 게 있는데, 자기들의 성 활동을 보강하는 장난감과 장치를 만드는 일이야. 엔지니어들도 그런 데 정말로 관심이 많잖아. 그런 부분에서 겹치는 게 있지. 겹치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커플과도 정말 많이 이야기하고 가정 상담도 좀 해. 내 전문 분야는 그런 부분들이지.

당신을 E.T.에 나오는 남자아이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당신만이 여기 다른 쪽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재미있는 표현 방식이야. 나는 이 세계, 저 세계를 건너 다녀. E.T.의 엘리엇을 보면 중재자야. 엘리엇이 E.T.가 세상과 더 평화롭게 만날 수 있게,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지. 내가 그런 역할을 한다면 한다고 말할 수 있지.

비디오게임 제작 경험이 치료사가 되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시스템에 대해 많은 걸 배웠지. 사람들이 어떤 것에 접근하는 방식을 관찰했고. 게임은 목표가 있는 규칙 모음이야. 생각해 보면 하나의 소우주 인생 같은 거지. 문제가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한테 규칙 모음을 만들었는데 그게 잘 맞는 규칙이 아니어서 그래. 내가 하는 일은 그 사람들이 자기 룰북을 살펴보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게 도와주는 거지.

비디오게임 업계에도 좋은 치료사가 필요할 것 같군요.

나는 여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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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E.T. 개발자가 다큐와 BDSM에서 엔지니어를 위한 심리치료사의 길을 걷기까지

  1. 계층간 중재자 역할의 의미와 게임에 대한 정의 부분이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있던 부분과 맞닿아 있어 감동깊게 읽었습니다. 포스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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