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치고 화난 개발자들이다,” 비욘드 디비니티 골드 선언 수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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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의 한 달 가까이 스팀 차트 상위권에 머물러 있는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의 개발사 라리안 스튜디오는 1996년부터 18년 동안 게임을 만들어 왔습니다. 창립자 스벤 빈케는 울티마 7처럼 거대한 RPG를 만들겠다고 회사를 세웠고, 디비니티 시리즈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고 후퇴한 기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리즈의 역사를 정리하는 앤솔로지 에디션을 맞아 출시된 디비니티 2: 디벨로퍼스 컷을 사면 다양한 개발 영상과 아트윅, 문서가 부록으로 함께 옵니다. 각종 맵 디자인 문서와 스토리 문서, 연도별로 다른 버전의 디자인 문서까지 담겨 있어 개발 과정에 따라 디자인이 변한 과정을 확인할 수도 있어 꽤 흥미롭습니다.

시리즈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취지에 어울리게 18년 동안 디비니티 시리즈를 개발해온 기록을 정리한 100쪽 넘는 책도 있습니다. 이 개발자 저널에는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고 또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비욘드 디비니티의 개발 막바지에 벌어진 사건들이 인상에 남아 발췌 번역해 봅니다.

2002년, 처음으로 내놓은 RPG 디바인 디비니티가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라리안은 퍼블리셔에게 로열티를 받지 못 했고, 직원이 세 명까지 줄어들 정도로 위기에 몰렸습니다. 창립자 스벤 빈케는 그래도 굴하지 않고 회사를 다시 살리기 위해 꿈은 물론 디바인 디비니티보다도 규모를 축소한 새로운 게임을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2003년, 전작보다 더 짧은 개발 기간을 목표로 개발을 시작한 게임 디비니티: 리프트러너는 TRPG 리프트 측의 상표권 위협 때문에 비욘드 디비니티로 이름이 바뀌고, 작곡가의 실수로 사무실이 침수되고, 늘 그렇듯 계획한 기능을 잘라내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개발이 부드럽게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출시일이 예상치 못하게 당겨지면서 개발이 급박해졌고, 막바지에 내외적으로 온갖 불운이 이 벨기에의 작은 스튜디오를 덮쳐오게 됩니다…


비욘드 디비니티 개발에서 한 가지 두드러지는 기억이 있다면 마지막 과정이다. 마지막 몇 주에 터진 사고들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모든 것은 독일 배급사에게서 온 한 통의 이메일로 시작된다. 2004년 1분기 말에 게임을 출시하지 않으면 나쁜 결과가 기다릴 거라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나쁘다는 게 뭔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쪽 돈이 필요했던 우리는 묻지 않기로 했다. 물론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고 부드럽게 진행되었던 개발 과정을 갑자기 서두르게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주변 요인이 겹쳐서 우리에게 닥쳐왔다.

디음은 일기에서 골드 과정을 다룬 한 부분이다.

금요일

전기 공급업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월요일 아침부터 하루 종일 이 거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될 예정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물론 월요일은 독일어판 마스터 CD를 공장에 전달해야 하는 날이다.

욕 좀 내뱉고 나서 우리는 사무실에 전력을 공급할 디젤 발전기를 설치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았다. 다행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토요일에 설치하러 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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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벤이 전력을 되찾는 방법을 파악하고 있다.

토요일

다 부드럽게 진행되는 것 같다. 남은 버그를 고치면서 수많은 밤을 지새우지만 어떻게 되어가고 있다. 발전기가 설치되어서 스위치 켜는 법을 배웠다. 평소 전력이 들어와 있을 때 발전기를 켜지 말라는 말을 확실하게 들었다. 그렇게 하면, 펑. 펑이라고 하니 조금 무섭다. 우리는 사무실의 (펑을 불러올지도 모를) 잠재적 펑 유발자들에게 펑이 그들에게 가져다줄 물리적 의미를 끔찍하게 자세히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일요일

수면은 희소 자원이다. 그래도 거의 다 왔다. 애초에 발전기가 필요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인스톨러를 쓰고 복제 방지를 적용하면 된다. 발전기 근처에서 잠재적 펑 유발자를 발견했다. 겁을 주어 돌려보냈다.

전에 보지 못했던 크래시 버그가 연속으로 나타났다. 버그를 공격한다.

우리 프로듀서 크리스토프가 테스트를 도와주러 왔다. 크리스토프는 내일 오전 6시에 공장으로 갈 것이다. 오전 10시 이전에 도착해야 한다. 길이 밀리지 않으면 차로 두 시간 거리고 밀리면 세 시간이다.

월요일

온갖 버그가 나타나 인스톨러를 일곱 번 쯤 다시 해야 했다. 인스톨 전문가 얀이 고전하면서 인스톨러가 잘못 될 때마다 자기를 때린다. 시간이 다가온다. CD를 공장에 보내는 시간이 몇 시간 늦을 것 같다. 그래도 그쪽도 여유로 둔 시간이 있을 테니 공황에 빠질 일은 아니다.

발전기 스위치를 켤 준비를 하면서 지쳐있는 개발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어떤 버튼을 먼저 눌러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가장 먼저 눌러야 할 것 같은 버튼을 눌러보았다. 정답이다. 좋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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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디비니티의 마지막 테스트. 책상에 널부러진 실패한 마스터들을 보라.

리드 QA가 골드 마스터 버전을 테스트해야 했다. 그는 파일서버에 있는 파일들을 자기 HD로 복사하는 대신 파일서버의 파일들을 지워버렸다. 상당히 지쳐있었고 열심히 일해왔던 친구라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우리 중 누구도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빌드 과정을 다시 시작했다. 키릴이 음악 하나를 꼭 수정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인스톨러도 다시 써야 했다.

인스톨러에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시작 메뉴에 바로가기가 뜨지 않았다. 복제 방지된 실행 파일이 바로가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문제를 파악한 게 오후다.

공장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폐쇄되었다고 크리스토프가 전해왔다. 사고가 있었단다.

세상이 우리를 향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공장에 전화해 유연하고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유연하고 창조적인 공장을 찾겠다고 장담했다. 알겠다고 한다.

개발자들에게 하루 더 여유가 생겼다고 전했다. 저녁에 다시 일어나서 완전한 버전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으로 대부분 잠을 청하러 갔다. 복제 방지를 책임지는 프로그래머 파브라이스는 설치 문제의 해법을 찾을 때까지 복제 방지 개발사 쪽과 계속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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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트 밑에 누군가 자고 있다.

화요일

자정 조금 지나서 도착한 우리는 파브라이스에게 메일이 오지 않아 낙담했다. 잠자는 걸 깨우고 싶지 않아 망설였지만 결국 전화하는 수 밖에 없었다. 파브라이스의 휴대 전화 소리를 들은 우리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곧 파브라이스가 아직 사무실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위층에서 자고 있는 파브라이스를 발견했다. 우리가 찾았을 때 두 시간을 잔 참이었다. 파브라이스는 모든 문제를 해결했었고 우리들에게 크나큰 감사를 받았다. 마지막 인스톨러를 빌드하기 시작했고 남은 시간은 데이비드가 찾아낸 버그 몇 개를 잡는 데 썼다.

크리스토프가 오전 6시에 도착해 공장에 갈 준비를 마쳤다. 인스톨러에 문제가 있었다. 파일 몇 개가 빠졌다. 다시 인스톨러를 빌드했다.

게임을 테스트했다. 종종 너무 느리다가 이따금 멈추기도 했다. 우리는 영문을 몰랐다. 마지막에 집어 넣은 복제 방지의 루틴 중 하나가 문제로 드러났다. 코드를 바꾸고 인스톨러를 다시 빌드하고 CD를 구웠다.

오후에 복제 방지 회사에서 연락이 와 게임 CD가 특정한 크기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달한 CD들은 그 크기가 아니었다. 모든 걸 다시 해야 했다. 공장에 업데이트된 버전을 보내기에는 너무 늦었으므로 남게 된 시간은 몇 가지 조절하는 데 썼다.

CD 버너 여러 대가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 수많은 기묘한 버그가 나타났고 독일어판과 영어판이 뒤섞였다.

수요일

오전 6시 크리스토프가 공장으로 출발했다. 모두 제대로 되어가는 것 같다. 우리는 영어 마스터 버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독일어 버전의 골드를 선언했지만 실제로 그 지랄 맞은 것들을 찍어내기 전까지는 밖에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목요일

공장에서 전화가 왔다. 글래스 마스터와 복제 방지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설치 CD가 그쪽 시스템에서 작동하지 않고 게임을 실행하면 크랙이라는 표시가 뜬다고 한다. 복제 방지 회사에 전화했다. 공장 잘못이라고 한다. 공장은 복제 방지 회사 잘못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둘 다 우릴 보며 우리 잘못이라고 한다.

같은 복제 방지를 사용하는 다른 개발사들에 연락해보았다. 모두 똑같은 고생을 했지만 결국에는 해결되었다고 한다. 자기들 경험으로는 공장과 복제 방지 회사 양쪽의 잘못이었단다.

결국 공장의 잘못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사무실에 있는 17가지 다른 CD롬 드라이브에 설치할 수 있었는데 그쪽에서는 설치 CD가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또 그쪽에서 복제 방지도 어떻게 잘못 건드렸다. 그쪽에서 추가 서비스에 청구서를 보내왔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 가지고 있는 최고의 버너로 찾을 수 있는 가장 고품질의 CD를 사용해 단숨에 CD를 구웠다. 버너가 딸린 기계를 준비하고 크리스토프와 파브라이스를 다섯 장의 마스터 CD로 무장시켰다. 또 커다란 망치를 쥐어주고 공장 사람들한테 우리랑 까불면 안 된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라는 지침을 줬다. 우리는 게임이 생산에 들어가길 바라는 지치고 화난 개발자들이다.

결국 마스터 중 하나가 적합했고 공식적으로 골드를 선언할 수 있었다.

이로부터 1주일 뒤 혼란이 닥쳤다. 큰 혼란. 서두른 결과 당연히 출시 버전에 문제가 있었고 패치를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복제 방지 장치가 이번에는 패치를 못 하게 막고 있었다.

우리가 사용했던 방지 장치는 엔진이 게임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방식이었다. 비욘드 디비니티의 경우 그런 데이터가 600MB였고 이론적으로는 패치 역시 적어도 600MB로 내놓아야 했다.

우리는 자그마한 패치가 가능한 특별한 툴을 마련했었다. 그런데 전혀 되지 않았다. 즉 600MB 패치를 내놓거나(당시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욕을 쏟아붓고 나서 우리는 꽤 멋진 해법을 떠올렸다. 간단히 말해 우리 게임을 직접 크래킹하는 방법이었다.

우리가 내놓은 패치는 먼저 모든 데이터의 암호화를 풀고 복제 방지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로 재압축하는 취약점을 활용했다. 왜 패치 설치 속도가 이렇게 느리냐는 사람들에게 절대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패치 설치가 사실상 복제 방지 삭제라는 점도 절대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를 구원했다.

우리는 그때부터 DRM을 싫어하게 되었다.

비욘드 디비니티는 꽤 잘 팔리게 되었지만 디바인 디비니티가 거둔 성공에는 전혀 근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 우리는 충분한 돈을 벌 수 있었고 라리안은 공식적으로 회생을 선언했다.

이제 더 큰 것들에 눈을 돌릴 때였다…그렇지만 마침내 큰 것을 만들 수 있게 되기까지 그로부터 3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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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완료! 모두들 죽음을 선언했던 스튜디오가 15개월이 안 되어 직접 부활했다.


개발자 저널에는 이것 외에도 취미 개발 팀으로 결성해서 만들다 중단된 게임부터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라리안이 걸어온 길이 담겨 있습니다. 전체를 번역해도 재미있을 것 같지만, 그건 나중에 혹시 기회가 되면…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도 콜렉터즈 에디션 혹은 DLC 형태로 디자인 문서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더 재미있을 것 같지만 패치 기다리느라 게임도 안 하고 있는 판에 괜히 찾아봐서 스포일러 당하고 싶진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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