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단계로 인디포칼립스 살아남기

PC용 하드코어 인디 RPG 에이지 오브 디케이던스 개발자 빈스 웰러가 쓴 인디 게임 개발 생존 전략을 번역했습니다.

이 팀은 2004년, 폴아웃 1, 2 같은 고전 스타일의 PC RPG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 직접 만들어보자고 시작해 10년간 파트타임으로 게임을 만들었고, 출시 1년 전부터 본업으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스팀과 GOG 등으로 출시된 첫 게임이 제법 팔린 덕분에 (개발자가 직접 밝히길 7월 5일 기준 54,664장 판매, 매출 $1,191,901.98, 장당 평균가 $21.80) 현재 첫 게임의 엔진을 활용한 소규모 게임과 두 번째 본격적인 RPG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만들고 싶은 스타일의, 소수 취향의 하드코어 RPG를 계속 만드는 게 (그 정도로 버는 게) 목표라고 하네요.


원문: How to Survive Indiepocalypse in 5 Easy Steps – Vince Weller, 2016/07/04

옛날 옛적 게임 산업은 그림 같은 녹색빛 목초지처럼 온화하고 평화로웠다. 가게를 차리고, 명작을 만들고, 인생을 즐긴다. 식은 죽 먹기라든가, 뭐 그랬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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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몇십 년에 걸쳐 풍경이 조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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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북적여서 어떤 이들은 종말이 다가온다고, 유일한 아들을 지상으로 내려보내 인류를 구원하도록 십자가에 못박혀 죽게 둔 신이 이번 힙스터 역병은 더 이상 용서치 않고 머지않아 다 쓸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그 대단원을 기다리는 동안 유용하게 여기는 분들이 있길 바라며 내 생각도 나눠볼까 한다.

1단계: 디자인

당신 게임은 눈에 띄어야 한다. 적어도 한 가지는, 되도록 이전에 누군가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한 가지는 정말 잘 해야 한다.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을 거면 왜 인디 개발자가 될까?

검증된 시스템들만 가지고 게임 만드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면 대부분의 경우 “검증된” 것은 당신이 발을 들이기 전에 이미 죽을 때까지 시도됐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 레시피에 새로운 비주얼을 넣는 게 전부라면 두 번 생각하자. 물론 킴 카다시안이 당신 게임을 트윗하고 새로운 인터넷 유행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킴은 셀피 찍느라 바쁘니까 그런 운에는 의존하지 않도록 하자.

물론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다. 만약 당신이 재기드 얼라이언스, 위저드리 8, 섀도우 오브 더 혼드 랫처럼 뛰어나게 검증된 게임플레이를 재현하는 거라면, 계속 하라. 아니라면 굳이 하지 말자.

우리 첫 게임은 ‘선택과 귀결'(C&C)로 갔다. 99%의 게임들이 의미 있는 선택을 약속하지만 실제로 만드는 데 너무 오래 걸려서 (우리가 11년 동안 만들면서 어렵게 배운 부분) 제대로 하지 못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쉬운” 범주였다. 에이지 오브 디케이던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의미 있는 선택들
  • 사건을 다른 관점과 시선으로 보여주는 평행 퀘스트라인
  •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

우리의 다음 ‘본격’ RPG에서는 C&C를 한 단계 올리고 파티 “역학”을 더할 것이다. 아마 기존에 익숙한 것과 아주 다르고 기존에 정립된 디자인을 역행하는 형태라 (다시) 일부 거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굉장히 야심찬 디자인이다. 하지만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전에 이미 한 것(심지어 자신이 한 것이라도)을 다시 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밀고 가든가 죽든가 둘 중 하나다.

2단계: 커뮤니티

게임을 만들고 있으니 그 주변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소식을 알려야 한다. 게임을 얼마나 잘 디자인했든 아무도 모른다면 어쨌든 실패한다. 그렇다. 커뮤니티 세우기도 당신이 할 일이다.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AAA 개발자들을 보고 참고한다. AAA 사람들처럼, 뭐냐, 프로페셔널하든가 뭐든가 그렇게 행동하면 모두들 자기들을 진짜 개발자로 봐줄 거라고, 진지하게 대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말을 자기가 인용하는 보도자료 같은 거 하지 말자. 자원해온 테스터들한테 NDA 서명해 달라고 하지 말자. 마치 그거 강제할 시간과 돈, 의지가 있는거마냥. 자기 스토리와 디자인 아이디어를 누가 훔칠까봐 보호하는 건 가장 최악이다. 당연히 베데스다가 당신 아이디어를 훔쳐 쓰려고 엘더 스크롤 6를 연기하겠지.

당신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비전을 팔아야 한다. 간략하게 개요만 주고 토드 하워드의 유명한 “믿으세요. 멋질 겁니다.” 같은 대사를 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첫날부터 모든 걸 올렸다. 뭔가 보여주지 않은 적이 있다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게임의 모든 부부을 “누설”했고 할 수 있는한 많은 포럼에서 게임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지켜볼 이유를 줬다.

벌판에 나가서 게임 커뮤니티와 교류하라. 운영자 혹은 “커뮤니티 관리자” 뒤에 숨지말라. 당신 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관리”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나는 여러 포럼에서 관심을 보이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만 개 이상의 글을 썼다. 오스카는 6천 개 이상을 썼다. 얼리 액세스 출시 이후, 그리고 정식 출시 이후 스팀에 올린 글들은 세지도 않았다. 당신 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생각이 없으면 그 사람들이 당신을 지지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말아라. 그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 일은 오래 할 수 없다.

다음 단계로 가기 전에 한 가지 경고해두자. 사람들과 섞이다 보면 모두들 당신처럼 당신 게임 아이디어를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 게임이 구리다는 의심을 마음에 품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생각을 전하고 싶어 안달이 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생각보다 흔하니 익숙해지는 게 좋다. 인터넷의 마법이다.

3단계: 게임을 만든다

놀랍게도 이 단계는 사실 게임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다. 애초에 게임을 만들 수 없다면 이 글 자체가 소용이 없다. 여기서 말하려는 건 게임 제작의 ‘경제성’이다. 인디치고 큰, 가령 다키스트 던전처럼 큰 히트가 아닌 이상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조난 당한 선원이 된 것마냥 예산을 짜면서 다음의 두 가지 일반적인 시나리오를 피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흔히 일어난다.

  • 좋은 게임을 만들었다. 인디치고는 잘 팔렸지만 비용이 걷잡을 수 없었던 바람에 빚을 10만 달러 졌다. 좋은 게임을 만들었지만 써야 할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써버렸고 이제 바다 위에서 죽은 몸이다.
  • 좋은 게임을 만들었다. 인디치고는 잘 팔려서 초기 투자금도 회수했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었지만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자금이 없어서 킥스타터에서 운을 시험해야 할 판이다. 운이 좋으면 거기서 게임 만드는 데 정말 필요한 비용의 10~30%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 게임으로 번 돈은 두 번째 게임을 위한 예산으로 취급해라. 그러니까 첫 게임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는 만큼 두 번째 게임을 만들 돈이 줄어든다. 첫 게임은 언제나 순수한 열정으로 만들어진다. 게임을 만들고, 꿈을 살고,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수년 동안 저녁과 밤을 보낸다. 수면은 과대평가됐으니까. 열정은 굉장하고 저렴한 자원이지만 영원히 그것만 가지고 뛸 수는 없다.

지금 목표는 인디포칼립스를 살아남아 진짜 스튜디오를 세우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열정으로 게임을 하나 만들고, 그걸로 번 돈을 두 번째 게임 만드는 데 쓰고, 그걸로 번 돈을 세 번째 게임 만드는 데 쓰자.

에이지 오브 디케이던스는 지금까지 평균 22달러로 5만장 넘게 팔렸다. 그 매출은 우리가 11년간 기울인 노력(이미 지나간 일이다)의 보상이 아니라 두 번째 프로젝트인 “세대우주선 RPG”를 위한 예산이다.

5단계 (맞다. 3에서 5로 건너뛰었다. 수학은 사회적 구성이니까): 다른 게임을 만든다

첫 게임을 만들었고 계속 해나갈만큼 팔렸다. 축하한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잘(1단계 참고), 더 빨리 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퀄리티를 낮추지 않고 두 번째 게임을 4~5년 동안 만드는 것이다. 4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5년은 용납할 수 있다. 6년은 아니다. 에이지 오브 디케이던스가 그렇게 오랜 걸린 이유는…

  • 경험이 없었다. 시간을 잡아먹는 시행착오 게임 디자인.
  • 도구도 시스템(전투, 대화 같은 것들)도 엔진도 없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바닥부터 해야했다.
  • 10년 동안은 파트타임으로 일했고 (열정이 월급 주지 않는다) 결승선이 눈에 보일 때가 돼서 풀타임으로 전환했다.

그래서 4~5년 안에 더 나은 게임을 만들 가능성은 높지만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다.

어쨌든 요점은 첫 게임은 당신이 북적이는 게임들 안에서 눈에 띄고 계속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팔리는 인디 RPG를 하나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해낼 수 없다면 첫 게임의 성공은 요행에 불과하다. 일관적으로, 착오의 여지 없이 다시 해야 한다. 첫 번째 실수가 당신을 죽인다.

두 번째 성공한 게임은 미래를 보장해주고 함께 해온 원정대, 그러니까 당신의 팀을 진짜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바꾸어줄 것이다. 그 마지막 허들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더 있다…

4단계: 재활용

만약 우리가 세대우주선 RPG를 4~5년 안에 만들어내고, 거기다 우리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또 세 번째 ‘본격’ RPG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팔린다고 해도, 4~5년에 게임을 하나 만드는 것만으로는 생존에 충분하지 않다.

지금 당장 팀을 확장하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할 수 없다. 그랬다가는 돈이 바닥나고 두 번째 게임을 빚 속에서 출시하는 위험을 안게 된다(3단계 참고). 확실한 추가 매출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재활용하기로 했다. 첫 게임의 엔진, 시스템, 자원을 활용해 저렴하게 파티 기반 전술 RPG를 만든다. 이미 존재하는 조립 부품들로 만들기 때문에 그런 게임은 상대적으로 만들기 쉽다. 그래서 1년 안에 만들어 낼 계획이고 좋은 반응을 얻길 바란다.

잘 된다면 두 번째 게임이 제작에 들어갈 때 (지금 세대우주선 RPG는 프리프로덕션 중이다) 예산에 보탬이 될 것이고 두 사람 정도 더 고용하고 그래픽에 돈을 더 쓸 수 있을 것이다.

잘 된다면 매번 ‘본격’ RPG 다음에 전술 전투 게임을 내놓을 수 있고 그 다음 게임의 예산에 보탬이 될 것이다.

보너스: 마케팅은 어쩌고?

마케팅은 어쩌고? 마케팅은 판돈이 충분해야 계속 할 수 있는 확률 게임이다. 마케팅 좀 알았던 존 워너메이커의 유명한 말이 있다. “내가 광고에 쓴 돈의 절반은 낭비다. 문제는 어느 쪽 절반이 낭비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빈도의 문제다. 아무 것도 얻는 게 없어도 믿음을 가지고 계속 광고에 돈을 부어야 한다. 하버드는 매직 넘버가 9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홉 번 광고를 봐야 반응한다. 토머스 스미스는 매직 넘버가 12라고 생각했다. 크루그먼은 호기심, 인지, 결정의 세 단계가 있다고 믿었는데, 당연히 각 단계마다 여러 번의 광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까 거기서 이익을 보기 전까지 쏟아부을 돈이 없다면 하지 말아라. 당신은 힘들게 번 돈 5천을 붓는다. 신나는 광고의 세계에서는 푼돈과 동급이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광고를 그만 둔다. 5천을 날린다.

마케팅 예산이 없다면 방법은 몇 없다. 게임 매체의 선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1단계, 디자인으로 돌아간다. 당신의 게임이 말할 가치가 없다면 매체는 무시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기사를 쓰려고 한다. 만약 누구도 당신 게임에 대해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다시 3단계, 커뮤니티로 간다. 당신이 가진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고 관심이 모이면 매체느님이 호의적으로 보고 프리뷰나 짧은 감상으로 노력을 축복해주실지도 모른다.

나는 게임 개발자가 되기에 이만큼 좋은 때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이 북적인다. (지금 스팀에서 12,818개 게임이 할인 중이다. 미친 숫자다.) 하지만 시장은 거대하고 모두를 위한 공간이 충분하다. 1억 2천 5백만 명 넘는 스팀 사용자가 있다. 클릭 한 번으로 게임을 살 수 있는 돈 내는 소비자들이다. 당신이 해야 하는 것은 그 계속 성장하는 시장의 0.05%(혹은 돈이 정말 좋다면 0.3~0.5%)에 닿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말은 쉽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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