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을 위한 스팀 활용 팁

원문: Steam Quirks For Developers
글쓴이: 톰 프랜시스 (건포인트, 히트 시그내처의 개발자)
원문 게시일: 2019년 4월 10일

GDC와 Rezzed에서 사람들, 특히 막 게임 개발을 시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스팀이 돌아가는 방식과 그 좋은 활용법에 대해 쉽게 알기 어려운 지식을 잔뜩 축적해왔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정보는 이벤트나 사적인 모임을 통해 자리 잡은 개발자들끼리 공유하는 경향이 있어 시작하는 개발자나 그런 그룹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보]’라고 표시한 것은 모두 내가 직접 습득했거나 이벤트에서 만난 밸브 관계자가 더 많은 개발자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목적으로 기밀 요구 없이 이야기해준 것이다. 굳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기밀로 들은 것도 있기 때문이고 그런 부분은 여기 적지 않았다.

[정보] 찜 목록(위시리스트)은 많이 중요하다

게임을 출시하기 전에 사람들이 스팀에서 찜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내가 아는 한 출시 시기 판매량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히트 시그내처가 출시되기 전까지 3만 3천 명이 찜 목록에 게임을 담아두었다. 출시 한 달 뒤 찜한 사람 중 게임을 구입한 사람은 3만 명이었다. 물론 그 한 달 사이에 찜한 사람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래도 괜찮은 전환율이다.

여러분의 게임을 찜한 사람들은 게임이 출시될 때, 그리고 (그 사람이 게임을 구입하거나 찜 목록에서 제거하기 전까지) 할인될 때마다 스팀으로부터 이메일을 받는다. 메일링 리스트 가입을 유도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좋은데, 1) 규모가 작거나 새로 만들어진 메일링 리스트들은 보통 스팸으로 가는 경향이 있고, 2) 공짜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내 개발사 메일링 리스트는 발송에 220달러가 들어가고 있다. (아직도 운영 중이다.)

찜 목록은 스팀 상점의 검색 결과에 게임이 나타나는 위치에도 영향을 준다.

[조언] 상점 페이지를 가능하면 빨리 열 것

히트 시그내처는 게임 출시 1년 반 전에 상점 페이지를 열었고, 게임이 성공한 가장 큰 (마케팅) 요인으로 나는 판단한다. 우리들 누구나 그렇듯이 제작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던 점이 판매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의미한 관심을 모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준 셈이 되었다. 상점 페이지를 그렇게 일찍 올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상점 페이지 열기에 너무 이른 경우가 있다면:

  •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스크린샷이 없다 (이전에는 트레일러도 반드시 올려야 했지만 지금은 출시 전까지는 필요 없다.)
  • 게임의 기본 전제가 근본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개발 중인 신작 택티컬 브리치 위자드의 경우 6개월 전까지 유닛들의 동시 행동 여부 같은 부분을 아직 정하지 못했었다. 그 부분이 바뀐다면 모아 놓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정하고 나서 몇 가지 상호작용을 흥미롭게 만드는 데 집중했고 트레일러를 만들어 상점 페이지를 열었다. 이제부터 내가 게임을 보여주는 데 들이는 노력은 게임의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성공의 천장을 높이는 일이다.

[정보] 개발자에게는 마법의 태깅 능력이 있다

사람들이 여러분의 게임에 추가하는 태그는 게임이 다양한 장소, 특히 다른 게임들의 페이지에 있는 ‘비슷한 제품 더보기’ 섹션에 노출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각 태그를 추가한 사람의 수도 중요한데 게임의 개발자인 여러분에게는 이 효과를 증폭하는 은밀한 초능력이 부여된다. 스팀웍스에 연동된 계정으로 스팀에 로그인해 여러분 게임의 상점 페이지에 가서 태그를 달면 특별 가산이 된다. 공식 문서에 정확한 수치는 나와있지 않지만 듣기로는 50인분으로 쳐준다고 한 것 같다.

여기서 꼼수를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스팀웍스의 관련 문서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참고해보라. 어떤 태그가 적용되고 어떻게 가중되며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꽤 자세히 적혀있다. 다른 개발자들에게 듣는 태그의 효과는 제각각이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상점 페이지로 오는 트래픽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내 경험으로 건포인트에는 도움이 되었고 히트 시그내처는 그보다 아니었다. 여러분 게임과 비슷한 게임들의 인기와 그 게임들과의 유사성, 유사한 게임들의 수 등 변수가 있는 만큼 게임마다 크게 다를 것이다.

[정보] 테스터들에게 베타 키를 주면 그 사람들 찜 목록에서 사라진다

이건 좋지 않다. 스팀은 (모두들 쓰고 있고 자동 패치를 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베타 테스팅하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베타 패키지를 따로 설정하고 그 패키지 전용으로 키를 생성한다고 해도 게임은 테스터들의 찜 목록에서 사라진다. 베타가 끝나면 앱을 해당 패키지에서 삭제하거나 키를 파기할 수 있지만 어쨌든 다시 게임을 찜 목록으로 되돌려주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히트 시그내처에서 찜 수를 많이 잃었다.

[조언] 별도의 앱을 설정할 것

이 현상을 피하려고 이제는 베타 테스트 전용으로 별도의 앱 엔트리를 설정한다. 별도의 보완용 앱 크레딧이 없다면 스팀웍스 지원 문의를 활용해서 하나 요청하자. 개발자들과의 대담에서 밸브는 이 문의가 도움을 주려는 사람에게 연결된다고 자주 강조한다.

[정보] 유저 리뷰 점수는 노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체로 부정적” 이하가 아닌 한

밸브에게서 직접 두 번이나 확인 받은 정보다. 유저 리뷰 점수는 “대체로 부정적” 이하가 아닌 한 스팀이 여러분의 게임을 언제 어디서 홍보할지 판단하는 데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물론 판매량이 영향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게임이 “복합적”인 것을 보면 적어도 리뷰들을 확인해 이유를 알아보려고 한다. 스팀은 유저 리뷰 점수를 상점 페이지만이 아닌 여러 곳에 보여주기 때문에 노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언정 사람들이 클릭할 가능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도 “압도적으로 긍정적”에서 “매우”로 떨어졌다고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정보] 스팀웍스에서 설정한 출시일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중요하다

출시일을 감추거나 “완성될 때” 같은 문구로 바꿀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설정은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보는 중요하다. 게임이 언제 출시 예정작 섹션에 등장할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정한 날짜에 스팀 API를 이용하는 수많은 서드 파티 서비스(예를 들어 새로 나온 게임을 트윗하는 트위터 봇)가 여러분의 게임이 출시됐다고 발표한다.

히트 시그내처가 완성되기 수 개월 전에 게임이 출시됐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다행히 실제로 출시된 건 아니었고 출시일을 정하기 전에 임의로 설정해 놓은 날짜에 도달한 것이었다. 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깜짝 출시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짜증 내고 실망했었다.

[조언] 스팀 시스템에 출시일을 3019년으로 설정할 것

[정보] 스팀의 노출 알고리즘은 외부의 관심에 비중을 두려고 한다

즉, 만약 스팀이 어떤 게임의 상점 페이지로 들어오는 많은 트래픽을 감지할 경우 그 게임을 스팀 자체에서도 더 두드러지게 노출하기 시작한다.

[조언] 출시일에 외부에서 스팀 페이지로 들어오는 트래픽을 최대화할 것

물론 어쨌든 여러분은 이 트래픽을 최대화할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스팀 페이지 홍보를 우선으로 둔다. 다른 상점에서 몇 퍼센트 더 매출을 내는 것보다 어쨌든 95%의 매출이 발생할 스팀에서 더 두드러지게 노출되는 것이 훨씬 낫다. 마찬가지로 언론이나 스트리머들에게 출시일과 동시에 게임을 다뤄 달라고 부탁해 관심을 한 번에 모으는 게 좋다.

[조언] 예약판매하지 말 것

예약판매는 판매를 분산해 출시일에 몰리는 판매량을 줄이고 알고리즘에도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히트 시그내처는 예약판매를 하지 않았고 출시일에 판매 차트 1위를 찍었다. 그런데 판매 차트에서 클릭해서 오는 트래픽이 단 3%뿐인 것을 보았다. 그래서 출시일에 몰리는 판매량이 딱히 중요하지 않은지 밸브에게 물어보았다. 밸브 측에서는 스팀이 게임을 홍보하는 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답해왔다. 같은 판매량이 일주일 넘는 예약판매로 분산되면 노출을 덜 받게 된다. 강도가 중요하다.

[조언]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는 신중하게 생각할 것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 점을 고려해 두 번 생각하라는 것이다. 사실상 출시를 작게 두 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알고리즘의 호의를 더 덜 받게 된다. 내 생각에 앞서 해보기를 할 가치가 있는 상황은 두 가지다.

  • 거의 돈이 바닥 났고 게임은 완성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다.
  • 출시 전까지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할 수 있고 하고 싶다는 확신이 있다.

두 번째가 데드 셀, 서브노티카,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경우로 내가 낸 어느 게임보다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셋 다 GDC에서 하는 강연을 들었는데 셋 다 굉장히 빈번하고 일관된 업데이트가 핵심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해보기를 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제작이 훨씬 오래 걸렸다고 말하는 곳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1-2주마다 공개적으로 약속한 마감일을 두고 일하면 내가 부서져 버릴 것 같다.

워렌 스펙터가 추구하는 성공의 네 가지 기준

베테랑 게임 디자이너 워렌 스펙터의 스웨덴 게임 컨퍼런스 강연을 전한 게임인더스트리 기사의 번역입니다. 강연 전체를 직접 듣고 싶은 분은 여기서 녹음본을 들을 수 있습니다.

원문: Warren Spector: “I couldn’t care less about maximising profitability”


울티마, 윙 커맨더, 시스템 쇼크, 데이어스 엑스에 걸친 30년 게임 업계 경력을 30분 강연으로 응축하자면 직설적이고 솔직해질 준비를 해야 한다. 워렌 스펙터는 기꺼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베테랑 디자이너는 “퍼블리셔들에게는 말하지 말아달라”는 머리말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여러분 중 일부는 이 글을 읽었다는 사실을 잊어야 할지도 모른다.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데이어스 엑스의 창작자가 1분에 1년을 담은 이 강연에서 배울 점들이 있다.

스펙터의 강연이 진행된 곳은 지난 주 스웨덴 셰브데에서 스웨덴 게임 아레나가 주최한 스웨덴 게임 컨퍼런스였다. 말을 거르지 않는 성격인 스펙터는 강한 메시지와 함께 강연을 열었다. 반드시 매출이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 가능성일 뿐이다.

“게임을 만든다면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만드는 게임을 만드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스펙터는 강연을 시작했다. “만들 수 있는 게임의 종류는 많습니다. 왜 당신은 이런 게임을 만드나요? 왜 당신 플레이어들은 당신이 만드는 게임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요? 왜 당신의 팀이 관심을 가져야 하나요? 이런 질문들에 당신만이 답을 할 수 있다면 당신만이 성공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하는 방법도 알아야 하지만 또 성공했을 때를 아는 방법도 알아야 합니다. 성공을 정의해야 합니다. 개발자들은 성공을 다양하게 정의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판매량, 매출, 수익에 가치를 둡니다. 퍼블리셔들에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그런 것들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퍼블리셔에 대한 제 유일한 의무는 제 다음 게임 개발비를 충당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한 장 더 게임을 파는 것입니다. 저는 수익 극대화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성공이란 긍지입니다. 여러분의 팀이 무언가 정말로 굉장한 일을 해냈다는 느낌. 그건 성공한 프로젝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비평가들의 찬사, 외부인들의 인정에서 오는 자기 만족이나 인정을 위해 게임을 만듭니다. 어떤 사람들은 게임의 재미로 성공을 규정합니다.저는 재미가 쓸모없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제 스튜디오에서는 그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합니다. 의미가 없고 게임을 만드는 데 도움이 안 되는 단어니까요.”

스펙터에게 성공이란 그 중 어느 것도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인정한다. 스펙터에게 성공의 기준은 네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플레이어의 힘입니다.” 스펙터는 설명했다.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말할 힘을 플레이어에게 주는가? 그 다음으로, 이 게임에 그동안 누구도 보거나 하지 않았던 것 한 가지가 있는가? 세 번째로 플레이어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했는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있게 했는가? 그리고 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게임을 만들었는가? 플레이어를 생각하게 했는가? 제게는 이 네 가지가 성공을 규정합니다.”

플레이어와 협력해서 이야기를 말한다는 첫 번째 기준은 게임 고유의 특성이라 우리에게는 그 잠재력을 실현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스펙터는 말한다. 플레이어가 자신이 한 선택을 계속되는 경험 서사의 일부로 목격하고 그 결과에 명백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스펙터가 그동안 만든 모든 게임에 엮고자 했던 주제다. 모든 것은 40년도 더 전에 던전 앤 드래곤을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현대 SF를 이끄는 작가 중 한 명인 브루스 스털링이 그의 DM이었다는 점도 도움이 됐을지 모른다.

“그는 굉장한 이야기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의 특별함은 브루스가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제 친구들과 제가 브루스와 함께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재치를 활용해서 브루스가 던지는 장애물들을 넘어야 했습니다. 마치 대단한 밴드처럼 우리 중 누구도 혼자서 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갔습니다. 그 캠페인이 어떻게 끝났는지 이야기하자면 저는 이 연단 위에서 울고 말 겁니다. 제 경력 전부가 제가 1978년에 D&D를 했던 느낌을 재현하는 일이었습니다.”

스펙터는 두 번째 기준인 혁신에 관해서도 거침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만약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점이 없다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스펙터는 믿는다.

“솔직히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이 만든 걸 그저 베낄 뿐이라면, 왜 수고스럽게 그러고 있나요? 무엇보다 그건 개발자들에게도 따분한 일입니다. 게임의 역사가, 40년 정도? 아직 젊은 매체입니다. 게임은 이미 발달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면 더 열심히 생각해보세요. 오늘날 메인스트림 AAA 게임들을 보면 서로 닮아있는 게임들이 많이 보입니다. 많은 게임들이 예전 게임들을 더 예쁘게 꾸며 놓은 모습입니다.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단언하기에는 너무 어린 매체입니다.”

스펙터는 뱀파이어에 대한 사고 실험을 썼던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를 예로 들며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관점을 줘야 한다는 세 번째 기준을 설명했다. 브룩스는 어떻게 한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고 결정할 수 있을까 물었다. 그야 불사와 초인적 힘, 타인을 매혹하는 능력에 갑자기 잘 받쳐주는 옷맵시도 있다. 하지만 정말 뱀파이어가 되고 나면 당신은 완전히 다른 누군가가 된다. 그렇다면 뱀파이어가 아닌 지금의 당신이 뱀파이어가 된 그 다른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그 정도로 큰 인격의 변화, 정말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것은 너무 이질적이어서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스펙터는 그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데 동의하고 자신도 항상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인정하면서도, 게임이 그것을 시도하고 이루어내는 데 가장 좋은 매체라고 믿는다.

“솔직히 제가 이 부분에서 성공에 가까워졌던 적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제가 게임 개발이라는 이름의 지옥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 실패의 이유 중 하나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개발에는 커다란 즐거움이 있지만 또 커다란 고통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브룩스가 게임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했다면 이미 우리가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을 겁니다.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현실에서는 시도하지 않길 바라는 행동들을 시도해볼 기회를 줍니다. 게임을 할 때는 다른 누군가를 지켜보는 게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됩니다. 그 어떤 매체도 일생의 선택과 행동에 따른 결과를 경험하게 해줄 수 없습니다.”

스펙터는 모순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주장하라. 하지만 그 주장을 질문으로 하라. 스펙터는 첫 번째 논점인 협력하는 스토리텔링으로 돌아가 책이나 영화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교훈적인 입장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게임에서 탐구하길 바라는 뭔가 중요한 것이 있나요?” 스펙터는 물었다. “제 생각에 모든 개발자들은 말을 시작하기 전에, 게임을 만들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게임도 다른 매체들처럼 심원한 주제를 말할 수 있는데, 우리는 다른 매체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말을 반박하자면, 사실 게임은 주장을 하면 안 됩니다. 질문을 해야 합니다. 플레이어가 상황을 숙고할 수 있도록 물어야 합니다. 정말로 주장을 하고 싶다면 영화를 만들거나 책을 쓰세요.”

다섯 단계로 인디포칼립스 살아남기

PC용 하드코어 인디 RPG 에이지 오브 디케이던스 개발자 빈스 웰러가 쓴 인디 게임 개발 생존 전략을 번역했습니다.

이 팀은 2004년, 폴아웃 1, 2 같은 고전 스타일의 PC RPG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 직접 만들어보자고 시작해 10년간 파트타임으로 게임을 만들었고, 출시 1년 전부터 본업으로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스팀과 GOG 등으로 출시된 첫 게임이 제법 팔린 덕분에 (개발자가 직접 밝히길 7월 5일 기준 54,664장 판매, 매출 $1,191,901.98, 장당 평균가 $21.80) 현재 첫 게임의 엔진을 활용한 소규모 게임과 두 번째 본격적인 RPG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만들고 싶은 스타일의, 소수 취향의 하드코어 RPG를 계속 만드는 게 (그 정도로 버는 게) 목표라고 하네요.


원문: How to Survive Indiepocalypse in 5 Easy Steps – Vince Weller, 2016/07/04

옛날 옛적 게임 산업은 그림 같은 녹색빛 목초지처럼 온화하고 평화로웠다. 가게를 차리고, 명작을 만들고, 인생을 즐긴다. 식은 죽 먹기라든가, 뭐 그랬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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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몇십 년에 걸쳐 풍경이 조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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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북적여서 어떤 이들은 종말이 다가온다고, 유일한 아들을 지상으로 내려보내 인류를 구원하도록 십자가에 못박혀 죽게 둔 신이 이번 힙스터 역병은 더 이상 용서치 않고 머지않아 다 쓸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그 대단원을 기다리는 동안 유용하게 여기는 분들이 있길 바라며 내 생각도 나눠볼까 한다.

1단계: 디자인

당신 게임은 눈에 띄어야 한다. 적어도 한 가지는, 되도록 이전에 누군가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한 가지는 정말 잘 해야 한다.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을 거면 왜 인디 개발자가 될까?

검증된 시스템들만 가지고 게임 만드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면 대부분의 경우 “검증된” 것은 당신이 발을 들이기 전에 이미 죽을 때까지 시도됐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 레시피에 새로운 비주얼을 넣는 게 전부라면 두 번 생각하자. 물론 킴 카다시안이 당신 게임을 트윗하고 새로운 인터넷 유행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킴은 셀피 찍느라 바쁘니까 그런 운에는 의존하지 않도록 하자.

물론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다. 만약 당신이 재기드 얼라이언스, 위저드리 8, 섀도우 오브 더 혼드 랫처럼 뛰어나게 검증된 게임플레이를 재현하는 거라면, 계속 하라. 아니라면 굳이 하지 말자.

우리 첫 게임은 ‘선택과 귀결'(C&C)로 갔다. 99%의 게임들이 의미 있는 선택을 약속하지만 실제로 만드는 데 너무 오래 걸려서 (우리가 11년 동안 만들면서 어렵게 배운 부분) 제대로 하지 못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쉬운” 범주였다. 에이지 오브 디케이던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의미 있는 선택들
  • 사건을 다른 관점과 시선으로 보여주는 평행 퀘스트라인
  •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

우리의 다음 ‘본격’ RPG에서는 C&C를 한 단계 올리고 파티 “역학”을 더할 것이다. 아마 기존에 익숙한 것과 아주 다르고 기존에 정립된 디자인을 역행하는 형태라 (다시) 일부 거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굉장히 야심찬 디자인이다. 하지만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전에 이미 한 것(심지어 자신이 한 것이라도)을 다시 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밀고 가든가 죽든가 둘 중 하나다.

2단계: 커뮤니티

게임을 만들고 있으니 그 주변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소식을 알려야 한다. 게임을 얼마나 잘 디자인했든 아무도 모른다면 어쨌든 실패한다. 그렇다. 커뮤니티 세우기도 당신이 할 일이다.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AAA 개발자들을 보고 참고한다. AAA 사람들처럼, 뭐냐, 프로페셔널하든가 뭐든가 그렇게 행동하면 모두들 자기들을 진짜 개발자로 봐줄 거라고, 진지하게 대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말을 자기가 인용하는 보도자료 같은 거 하지 말자. 자원해온 테스터들한테 NDA 서명해 달라고 하지 말자. 마치 그거 강제할 시간과 돈, 의지가 있는거마냥. 자기 스토리와 디자인 아이디어를 누가 훔칠까봐 보호하는 건 가장 최악이다. 당연히 베데스다가 당신 아이디어를 훔쳐 쓰려고 엘더 스크롤 6를 연기하겠지.

당신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비전을 팔아야 한다. 간략하게 개요만 주고 토드 하워드의 유명한 “믿으세요. 멋질 겁니다.” 같은 대사를 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첫날부터 모든 걸 올렸다. 뭔가 보여주지 않은 적이 있다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게임의 모든 부부을 “누설”했고 할 수 있는한 많은 포럼에서 게임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지켜볼 이유를 줬다.

벌판에 나가서 게임 커뮤니티와 교류하라. 운영자 혹은 “커뮤니티 관리자” 뒤에 숨지말라. 당신 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관리”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나는 여러 포럼에서 관심을 보이고 질문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만 개 이상의 글을 썼다. 오스카는 6천 개 이상을 썼다. 얼리 액세스 출시 이후, 그리고 정식 출시 이후 스팀에 올린 글들은 세지도 않았다. 당신 게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생각이 없으면 그 사람들이 당신을 지지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말아라. 그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 일은 오래 할 수 없다.

다음 단계로 가기 전에 한 가지 경고해두자. 사람들과 섞이다 보면 모두들 당신처럼 당신 게임 아이디어를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 게임이 구리다는 의심을 마음에 품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생각을 전하고 싶어 안달이 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생각보다 흔하니 익숙해지는 게 좋다. 인터넷의 마법이다.

3단계: 게임을 만든다

놀랍게도 이 단계는 사실 게임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다. 애초에 게임을 만들 수 없다면 이 글 자체가 소용이 없다. 여기서 말하려는 건 게임 제작의 ‘경제성’이다. 인디치고 큰, 가령 다키스트 던전처럼 큰 히트가 아닌 이상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조난 당한 선원이 된 것마냥 예산을 짜면서 다음의 두 가지 일반적인 시나리오를 피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흔히 일어난다.

  • 좋은 게임을 만들었다. 인디치고는 잘 팔렸지만 비용이 걷잡을 수 없었던 바람에 빚을 10만 달러 졌다. 좋은 게임을 만들었지만 써야 할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써버렸고 이제 바다 위에서 죽은 몸이다.
  • 좋은 게임을 만들었다. 인디치고는 잘 팔려서 초기 투자금도 회수했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었지만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자금이 없어서 킥스타터에서 운을 시험해야 할 판이다. 운이 좋으면 거기서 게임 만드는 데 정말 필요한 비용의 10~30%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 게임으로 번 돈은 두 번째 게임을 위한 예산으로 취급해라. 그러니까 첫 게임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는 만큼 두 번째 게임을 만들 돈이 줄어든다. 첫 게임은 언제나 순수한 열정으로 만들어진다. 게임을 만들고, 꿈을 살고,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수년 동안 저녁과 밤을 보낸다. 수면은 과대평가됐으니까. 열정은 굉장하고 저렴한 자원이지만 영원히 그것만 가지고 뛸 수는 없다.

지금 목표는 인디포칼립스를 살아남아 진짜 스튜디오를 세우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열정으로 게임을 하나 만들고, 그걸로 번 돈을 두 번째 게임 만드는 데 쓰고, 그걸로 번 돈을 세 번째 게임 만드는 데 쓰자.

에이지 오브 디케이던스는 지금까지 평균 22달러로 5만장 넘게 팔렸다. 그 매출은 우리가 11년간 기울인 노력(이미 지나간 일이다)의 보상이 아니라 두 번째 프로젝트인 “세대우주선 RPG”를 위한 예산이다.

5단계 (맞다. 3에서 5로 건너뛰었다. 수학은 사회적 구성이니까): 다른 게임을 만든다

첫 게임을 만들었고 계속 해나갈만큼 팔렸다. 축하한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잘(1단계 참고), 더 빨리 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퀄리티를 낮추지 않고 두 번째 게임을 4~5년 동안 만드는 것이다. 4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5년은 용납할 수 있다. 6년은 아니다. 에이지 오브 디케이던스가 그렇게 오랜 걸린 이유는…

  • 경험이 없었다. 시간을 잡아먹는 시행착오 게임 디자인.
  • 도구도 시스템(전투, 대화 같은 것들)도 엔진도 없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바닥부터 해야했다.
  • 10년 동안은 파트타임으로 일했고 (열정이 월급 주지 않는다) 결승선이 눈에 보일 때가 돼서 풀타임으로 전환했다.

그래서 4~5년 안에 더 나은 게임을 만들 가능성은 높지만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다.

어쨌든 요점은 첫 게임은 당신이 북적이는 게임들 안에서 눈에 띄고 계속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팔리는 인디 RPG를 하나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해낼 수 없다면 첫 게임의 성공은 요행에 불과하다. 일관적으로, 착오의 여지 없이 다시 해야 한다. 첫 번째 실수가 당신을 죽인다.

두 번째 성공한 게임은 미래를 보장해주고 함께 해온 원정대, 그러니까 당신의 팀을 진짜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바꾸어줄 것이다. 그 마지막 허들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더 있다…

4단계: 재활용

만약 우리가 세대우주선 RPG를 4~5년 안에 만들어내고, 거기다 우리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또 세 번째 ‘본격’ RPG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팔린다고 해도, 4~5년에 게임을 하나 만드는 것만으로는 생존에 충분하지 않다.

지금 당장 팀을 확장하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할 수 없다. 그랬다가는 돈이 바닥나고 두 번째 게임을 빚 속에서 출시하는 위험을 안게 된다(3단계 참고). 확실한 추가 매출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재활용하기로 했다. 첫 게임의 엔진, 시스템, 자원을 활용해 저렴하게 파티 기반 전술 RPG를 만든다. 이미 존재하는 조립 부품들로 만들기 때문에 그런 게임은 상대적으로 만들기 쉽다. 그래서 1년 안에 만들어 낼 계획이고 좋은 반응을 얻길 바란다.

잘 된다면 두 번째 게임이 제작에 들어갈 때 (지금 세대우주선 RPG는 프리프로덕션 중이다) 예산에 보탬이 될 것이고 두 사람 정도 더 고용하고 그래픽에 돈을 더 쓸 수 있을 것이다.

잘 된다면 매번 ‘본격’ RPG 다음에 전술 전투 게임을 내놓을 수 있고 그 다음 게임의 예산에 보탬이 될 것이다.

보너스: 마케팅은 어쩌고?

마케팅은 어쩌고? 마케팅은 판돈이 충분해야 계속 할 수 있는 확률 게임이다. 마케팅 좀 알았던 존 워너메이커의 유명한 말이 있다. “내가 광고에 쓴 돈의 절반은 낭비다. 문제는 어느 쪽 절반이 낭비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빈도의 문제다. 아무 것도 얻는 게 없어도 믿음을 가지고 계속 광고에 돈을 부어야 한다. 하버드는 매직 넘버가 9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홉 번 광고를 봐야 반응한다. 토머스 스미스는 매직 넘버가 12라고 생각했다. 크루그먼은 호기심, 인지, 결정의 세 단계가 있다고 믿었는데, 당연히 각 단계마다 여러 번의 광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까 거기서 이익을 보기 전까지 쏟아부을 돈이 없다면 하지 말아라. 당신은 힘들게 번 돈 5천을 붓는다. 신나는 광고의 세계에서는 푼돈과 동급이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광고를 그만 둔다. 5천을 날린다.

마케팅 예산이 없다면 방법은 몇 없다. 게임 매체의 선의가 필요하다. 여기서 1단계, 디자인으로 돌아간다. 당신의 게임이 말할 가치가 없다면 매체는 무시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기사를 쓰려고 한다. 만약 누구도 당신 게임에 대해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다시 3단계, 커뮤니티로 간다. 당신이 가진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고 관심이 모이면 매체느님이 호의적으로 보고 프리뷰나 짧은 감상으로 노력을 축복해주실지도 모른다.

나는 게임 개발자가 되기에 이만큼 좋은 때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이 북적인다. (지금 스팀에서 12,818개 게임이 할인 중이다. 미친 숫자다.) 하지만 시장은 거대하고 모두를 위한 공간이 충분하다. 1억 2천 5백만 명 넘는 스팀 사용자가 있다. 클릭 한 번으로 게임을 살 수 있는 돈 내는 소비자들이다. 당신이 해야 하는 것은 그 계속 성장하는 시장의 0.05%(혹은 돈이 정말 좋다면 0.3~0.5%)에 닿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말은 쉽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